2010/12/18 13:39

'뭔가 방향이 틀렸다'는 생각은 만화가로 데뷰한 시절부터 하고 있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럼 뭐야'라고 자문자답하며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던 때, 전문성과 독창성을 작가의 최고 무기이자 보험으로 여기던 때, 노래 못하고 춤 못추는 SMAP이란 그룹이 2003년에 부른 한 노래는 혼란스럽던 내 머리속을 순식간에 정리해 주었다.

 

완성도는 기교에 불과하고 전문성은 소재에 불과하고 독창성은 양적 팽창에 불과할 뿐,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 본질은 맥락 속에서 파악되는 유의미한 메시지의 카타르시스적 체화(體化)였던 것이다. 메시지의 이해가 아니다. 이는 선(禪)적 깨달음이다. 이 이해가 아닌 체화는 너무나 강렬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춤을 추고 기뻐 발을 구르게 만든다. 그리고 이후의 삶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킨다. 따라서 어떤 작품을 접한 후에도 접하기 전과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그 작품은 예술로서는 실패한 것이다. 

 

다음은 하도 오래 차트에 머물러 "괴물꽃"이라고 불렸던, 일본 교과서에도 수록된, 나에겐 모나리자 그림보다 더 예술적이었던, <세상에 하나뿐인 꽃(世界に一つだけの花)>이라는 노래이다. 그 중 콘서트 영상을 골라 보았다. SMAP이 노래를 못불러서 더 예술이 될 수 있었으니 과연 기술적 완성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世界に一つだけの花 / SMAP

세상에 하나뿐인 꽃


 

花屋の店先に竝んだ いろんな花を見ていた

꽃가게 앞에 놓여진 여러가지 꽃을 보고 있었어요

 

ひとそれぞれ好みはあるけど どれもみんなきれいだね

사람마다 각각 좋아하는 꽃은 있지만, 모두다 예쁘네요

 

この中で誰が一番だなんて 爭うこともしないで

이 속에서 누가 제일 예쁜지 다투지도 않고

 

バケツの中誇らしげに しゃんと胸を張っている

바구니 속에서 자랑스러운듯이 꼿꼿이 가슴을 펴고 있어요

 

それなのに僕ら人間は どうしてこうも比べたがる?

그런데 우리들 인간은 왜 이렇게나 비교하고 싶어하나요?

 

一人一人違うのにその中で 一番になりたがる?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데도, 그 속에서 일 등이 되고 싶어하나요?

 

そうさ 僕らは 世界に一つだけの花

그래요, 우리들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꽃이예요

 

一人一人違う種を持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씨앗을 가져요

 

その花をさかせることだけに

그 꽃을 피우는 일에만

 

一生懸命になればいい

전념하게 되면 되요

 

困ったように笑いながら ずっと迷ってる人がいる

곤란한 듯이 웃으면서 계속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頑張ってさいた花はどれも きれいだから仕方ないね

힘들여 핀 꽃은 모두다 예쁘기에 어쩔 수 없죠

 

やっと店から出てきた その人が抱えていた

겨우 가게에서 나온 그 사람이 품에 안고 있는

 

色とりどりの花束と うれしそうな橫顔

가지 각색의 꽃다발과 기쁜 듯한 옆 얼굴

 

名前も知らなかったけれど あの日僕に笑顔をくれた

이름도 몰랐지만 그 날 나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어요

 

誰も氣づかないような場所で さいてた花のように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곳에서 피는 꽃처럼…

 

そうさ 僕らも 世界に一つだけの花

그래요, 우리들도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예요

 

一人一人違う種を持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씨앗을 가져요

 

その花をさかせることだけに

그 꽃을 피우는 일에만

 

一生懸命になればいい

전념하게 되면 되요

 

小さい花や大きな花 一つとして同じものはないから

작은 꽃과 큰 꽃, 무엇하나 같은 건 없으니

 

NO.1にならなくてもいい もともと特別なOnly one

NO.1이 되지 않아도 되요, 원래 특별한 Only one


 


*****


하지만 나에겐 더없이 훌륭한 예술이었던 SMAP도 누군가에겐 그저 불쾌감만 줄 뿐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아이돌그룹 스마프(SMAP)가 가창력 부재로 굴욕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17일자)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SMAP X SMAP’(후지TV) 녹화 도중 게스트로 나온 미국의 유명 록밴드 토토(TOTO)가 SMAP의 가창력에 문제를 제기, 불쾌함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날 녹화된 프로그램이 방송된 것은 지난달 24일. 이날 특별손님으로 초대된 TOTO의 리더이자 보컬인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는 리허설 도중 SMAP의 노래를 듣고 “이런 상태로는 같이 노래할 수 없다.”며 화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슈칸분슌에 따르면 TOTO의 다른 멤버가 루카서를 달랜 후 녹화 스튜디오로 복귀시켰으며 루카서는 SMAP의 나카히 마사히로(中居正広) 등 2명의 멤버에게 30분 가량 보이스 트레이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美유명 밴드가 노래 교육”…SMAP ‘굴욕’, 서울신문, 2008.04.19)

 

SMAP으로부터 가창력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노래 잘하는 토토가 준음치인 SMAP과 더불어 '화(和)'한 무대를 만들어 냈다면 그 또한 예술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토는 '화(火)'를 냈고 메시지는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건 불쾌와 불화. 여기서 예술가와 장인이 구분되는 것이다. 장인은 권력자로 자신의 독선적 신념으로 타자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동일화를 획책하는 반면, 예술가는 이런 장인들의 '지배적 의미'를 부정하고 비판하는 방식으로 전체주의 사회에서 나다움을 조화롭게 지켜나간다.

 

정리하자면,

 

장인이 자기 신념을 타자에게 강요해 동일화를 획책하는 독선적 권력자라면, 예술가는 이런 장인들의 '지배적 의미'를 부정하고 비판해 전체주의를 극복하고 주체와 타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저항적 비판자이다. 장인과 예술가가 구분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관리된 사회'에서는 지배와 억압이 보편화되면서도 의식되지 않는다. 따라서 선악이 분명해 "바리케이드를 세울 수 있었던 시대는 행복했다." (Theodor Adorno, Reflexion zur Klassentheo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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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YG